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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봉 비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으렴.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왕은 존재하지 않고 9간(족장)이 통치하던 옛 가야지역에 구지봉에 올라 춤과 노래를 부르라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하늘이 알려주는 데로 사람들은 언덕에 올라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자 붉은 보자기에 싸인 상자가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그 상자 속에는 6개 알이 담겨있었습니다. 알이 깨지면서 어린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는 몇 년 후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금관가야를 세우고 왕이 됩니다. 알에서 나온 첫 번째 아이가 바로 김수로입니다.

영대왕가비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며 가진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왕을 맞이하기 위해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인 구지가는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대왕가비는 현명하고 덕이 많은 왕이 내려와 올바른 선정을 펼쳐 자신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던 사람들의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구지봉을 알리는 비석
저는 수로왕 설화를 읽으면서 구지봉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춤과 노래를 했으니 굉장히 넓은 장소라고 상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구지봉에 올라서는 순간 제가 제대로 찾아온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구지봉을 향해 올라간 지 몇 분도 안되어 구지봉이 바로 보였습니다. 구지봉은 수백 명이 모일 수는 있겠지만 춤과 노래를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도착한 구지봉이 너무나 협소해서 스마트폰의 지도를 통해 구지봉에 온 것이 맞는지 검색을 다시 해야만 했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에 그려진 구지봉은 다른 곳보다 높은 봉우리였습니다. 구지봉에 서면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전 수백 명이 구지봉 주위를 돌면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며 왕을 기다리던 곳이 이렇게 좁다니. 그동안 상상해왔던 것이 와장창 깨져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구지봉
구지봉을 통해 역사를 제대로 알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유적지에 직접 가서 보고 느끼며 체험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과 사진만으로는 배운 역사는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데 타인에게 사실을 알려주며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것은 '소 뒷걸음질로 개구리 잡는 격'이 아닐까 싶네요.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스스로 깨우치고 터득했다면 교사는 소재를 툭 던져놓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지봉 고인돌
구지봉 옆에 놓여있는 고인돌은 구지봉은 가야가 세워지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신성시된 장소였음을 보여줍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계급이 발생하면서 지배자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덤입니다. 지배자를 위해 만드는 장소인 만큼 아무 곳에 만들지는 않았겠죠. 최근까지도 무속인들이 정령이 깃들였다고 믿으며 기도를 올렸던 큰 돌들은 대부분 고인돌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구지봉 고인돌은 받침돌이 작은 남방식 고인돌로 한석봉이 글을 남기고 갈 정도로 예로부터 지역의 명소로 유명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구지봉에 올라 청동기시대의 유물을 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반갑고 놀라웠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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